편집자 주. 2026년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첫 EU 순방이 사실상 한 호흡으로 끝났습니다.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36개 항에 달하는 한-EU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한-EU 고위급 경제대화(High-Level Economic Dialogue) 신설에 합의했고, 같은 날 산업통상부는 KOTRA와 함께 유럽지역 투자신고식을 열어 독일 오라폴(Orafol)·프랑스 콴델라(Quandela)·네덜란드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스웨덴 마이크로닉(Mycronic) 4개 사로부터 총 1억 6500만 달러 규모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신고 받았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이 정식 서명됐고, 다음 날 1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과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정상회담 사흘 동안 외교·산업·디지털·문화가 한꺼번에 끌어올려진 셈입니다. 한국경제 좌담회를 통해 외교·통상·기술 전문가 네 사람이 같은 자료를 어떻게 다르게 읽는지 들어 보겠습니다.
참여자. 사회(국제부 데스크) · 김 박사(외교안보) · 이 위원(통상·산업정책) · 박 교수(디지털·과학기술)
1. 3일 동안 한 화면에 잡힌 외교 — 사실관계 정리
사회. 우선 순서대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6월 10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에서 한-EU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36개 항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한-EU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한-EU 경쟁력 파트너십(Korea-EU Competitiveness Partnership)’으로 확장하기로 했고, 동시에 한-EU 고위급 경제대화(High-Level Economic Dialogue) 설립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공식 명기했습니다. 같은 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럽지역 투자신고식과 유럽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4개 유럽 첨단기업으로부터 1억 6500만 달러 외국인직접투자를 신고 받았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에 정식 서명했습니다.
김 박사.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로마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직접 선언했습니다. 1884년 수교 이후 142년 만에 두 나라가 외교 관계의 등급을 ‘전략적 동반자’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동시에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 추진과 첨단 과학기술·ICT 협력 양해각서, 중소기업 협력 양해각서, 사회연대경제 협력 양해각서, 영화 공동제작 협정, 개발 협력 양해각서가 발표 또는 채택 예정으로 묶였습니다.
이 위원. 교역 통계도 같이 두고 가야 메시지가 잡힙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직접 “이탈리아는 대한민국의 ‘EU 내 4위 교역국’이고 또 대한민국은 이탈리아의 ‘아시아 내 4위 교역국’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교역량은 추상적인 수치가 아니라 이미 양국이 ‘서로의 톱4’ 위치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고, 이 위에서 30여 개 양국 기업이 참석하는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12일 로마에서 열려 반도체·인공지능·방산·우주항공·에너지·바이오 분야 협력을 구체화합니다.
박 교수. 같은 사흘 안에 산업통상부 발표 자료를 보면,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은 ‘디지털 경제동맹 가속화’ 차원에서 정식 서명된 첫 협정입니다. 그리고 4개 유럽 첨단기업의 한국 직접투자는 오라폴 — 반사 필름 분야 한국 공장 증설, 콴델라 —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 R&D 확대,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 —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장비 모듈 한국법인 최초 설립, 마이크로닉 — 디스플레이·반도체 포토마스크 레이저 장비 R&D 거점으로 구체적인 분야가 모두 명시돼 있습니다. ‘유치 의향’ 단계가 아니라 ‘신고서 제출’ 단계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2. 한-EU 36개 항 공동성명 — 무엇이 새로 들어갔나
김 박사. 한-EU 공동성명 36개 항은 외교·안보·경제·디지털·첨단기술·에너지·혁신·국제무대 협력까지 사실상 양국 관계의 모든 트랙을 한 문서에 묶었습니다. 가장 무게가 실린 표현은 두 줄입니다. 첫째, “무역, 투자, 공급망, 디지털, 첨단기술, 에너지 및 혁신 등 우리 경제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양자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 “경제 안보, 무역 및 산업정책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한-EU 고위급 경제대화(High-Level Economic Dialogue) 설립을 지지한다”. ‘공급망’과 ‘경제 안보’를 정식 표현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EU가 한국을 ‘경제안보 파트너국’ 카테고리로 명확히 분류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위원. 더해서 짚어 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한-EU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규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 지속을 가능케 하는 제3자의 지원, 특히 북한의 지원을 규탄한다”며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기했습니다. 한국이 EU와 함께 ‘러시아-북한 불법 군사협력’을 한 문장으로 규탄한 것은 한반도 안보 라인을 유럽 안보 라인과 연결지은 가장 명확한 외교 문서입니다. 동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 “북한은 NPT 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비핵화 원칙도 재확인했습니다.
박 교수. 경제 라인에서는 ‘한-EU 경쟁력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EU는 2023년 이후 미국·일본·캐나다와 ‘경쟁력 파트너십’과 유사한 틀을 운영해 왔는데, 한국이 이번에 사실상 EU 첨단산업 공급망의 ‘코어 파트너국’ 카테고리로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같은 날 디지털통상협정(DTA)이 동시에 서명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3. 한-이탈리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격상 — 142년 만의 격상
김 박사.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2년이라고 하는 오랜 신뢰의 시간만큼, 우리 양국 간 협력의 지평도 갈수록 넓혀지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한국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급을 사용하는 EU 회원국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번 격상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향후 5년간 양국이 운영할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Strategic Action Plan 2026-2030)이라는 정책 문서로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이 위원. 산업 라인에서는 ‘첨단 과학기술 및 ICT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가 핵심입니다. 이 대통령은 “한-이탈리아 양국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간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우주·해양·항공,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8개 분야의 공동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번 양해각서는 “인공지능과 양자산업, 6세대 이동통신, 첨단바이오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파트너십을 더욱 고도화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됩니다. 8개 분야 공동연구 + 6G·양자·AI 신규 협력 라인이 한 번에 묶인 셈입니다.
- 관계 격상: 전략적 동반자 →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
- 핵심 문서: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
- 첨단 과학기술·ICT 양해각서: AI·양자산업·6G·첨단바이오
- 중소기업 협력 양해각서 + 사회연대경제 협력 양해각서
- 영화 공동제작 협정 + 포로 로마노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신설
- 국립중앙박물관·우피치 미술관 양해각서(13일 피렌체)
- 한-이탈리아 개발 협력 양해각서(아프리카·인도-태평양 지역 공동 지원)
-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12일 로마, 30여 개 양국 기업)
박 교수. 문화 라인도 의미가 깊습니다. 영화 공동제작 협정은 양국 콘텐츠 자본의 공동 투자·세제 혜택 공유 기반이 되고, 포로 로마노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신설과 우피치 미술관 양해각서는 ‘K-콘텐츠 + 이탈리아 문화유산’이라는 라인업을 외교 의제 위에 올려놓은 첫 사례입니다. 단순한 관광 진흥이 아니라 문화 외교 자산화로 봐야 합니다.
4. 유럽 첨단기업 4개사 1억 6500만 달러 직접투자 — 어떤 회사들인가
이 위원. 4개 기업의 분야와 투자 목적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이번 신고의 핵심입니다. 산업통상부 자료를 그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라폴(Orafol·독일): 첨단소재 기업. 지난해 인수한 반사 필름 분야 한국 기업 A사의 공장을 증설해 아·태지역 수출 허브로 활용. A사는 이미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 수출 중.
- 콴델라(Quandela·프랑스):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 분야 선도 기업. 한국 산학연과의 R&D 확대, 한국을 양자컴퓨터 R&D·제조 허브로 육성.
-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Prodrive Technologies·네덜란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장비 모듈 수입·판매 한국법인 최초 설립. 향후 사업 결과에 따라 제조 거점과 R&D센터 구축까지 검토.
- 마이크로닉(Mycronic·스웨덴): 전자부품·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디스플레이·반도체 포토마스크 레이저 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보유. 한국을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기술혁신 연구 거점으로 활용.
김 박사. 분야가 반사 필름·양자컴퓨팅·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 포토마스크 레이저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한 분야에 몰린 시그널이 아니라 EU가 한국을 첨단산업 공급망의 다층적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국의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 공급망과 AI 생태계가 앞으로도 유럽 기업들에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환경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박 교수. 같은 자리에서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필립 반 호프(Philippe Van Hoof)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 등 투자협력 지원 기관과 반도체 소부장·양자컴퓨터 분야 유럽 기업 및 연구소 6개 사가 함께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급속한 기술 변화 등 최근의 글로벌 환경은 한 국가가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통 인식을 표명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간의 투자 협력’이라는 표현이 이번 신고식의 톤을 정확히 보여 줍니다.
5.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 정식 서명 — 디지털 경제동맹의 첫 골격
이 위원. 한-EU 디지털통상협정(DTA)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정식 서명했습니다. 산업통상부 자료에서 DTA는 ‘디지털 경제동맹 가속화’ 차원의 협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즉 이번 협정은 단발성 협력이 아니라 한-EU 경쟁력 파트너십 위에 얹히는 ‘디지털 인프라 트랙’이라고 봐야 합니다.
박 교수. 디지털통상협정은 데이터 이전·전자상거래·디지털 인증·소비자 보호·디지털 무역 장벽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합니다. 한국이 EU와 디지털통상협정에 서명한 것은 한국이 EU의 ‘디지털 규범 라인(Brussels effect)’과 일정 부분 호환되는 디지털 시장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EU 측이 공식 인정한 결과입니다. 디지털 부문에서 EU 표준에 한국이 ‘플러그인’되는 첫 공식 트랙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IT·플랫폼·핀테크 산업의 EU 진출 비용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6. 좌담의 시선 — 외교·통상·기술이 한 호흡으로 묶인 의미
김 박사. 이번 순방의 외교적 메시지는 ‘한국을 EU 안에서 ‘경제안보 파트너’로 격상하고, 이탈리아라는 EU 핵심 교역국과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등급으로 직접 격상한다’는 이중 트랙입니다. EU 전체와의 관계는 ‘다자 + 경제안보’ 방향, 이탈리아와의 양자 관계는 ‘전략 행동계획 + 첨단산업·문화’ 방향. 같은 사흘 안에 두 트랙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이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외교적 성과입니다.
이 위원. 통상 라인에서는 ‘1억 6500만 달러 직접투자 신고 + DTA 정식 서명’이 같은 날 동시에 발표됐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기업이 이미 결정한 신호’이고, DTA는 ‘제도가 마련됐다는 신호’입니다. 두 신호가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함께 나왔다는 것은 EU 첨단산업이 한국을 ‘제도와 시장이 갖춰진 신뢰 가능한 공급망 거점’으로 일관되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박 교수. 기술 트랙에서는 ‘콴델라(양자컴퓨팅)·마이크로닉(디스플레이·반도체 레이저)·프로드라이브(반도체 장비)·오라폴(첨단소재)’가 사실상 EU 첨단소부장 라인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이 의미 깊습니다. 한국이 이들 기업의 ‘R&D 거점’으로 동시에 호명됐다는 점은 한국이 ‘조립·제조 거점’에서 ‘R&D·시험생산 거점’으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사회. 같은 자료를 외교·통상·기술 세 시선에서 풀어 보니, 이번 유럽 순방은 ‘EU + 이탈리아 + 디지털 + 첨단 FDI’ 네 가지를 한 화면에 묶은 첫 성공 사례로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정상회담은 13일 피렌체에서 양국 박물관 양해각서, 그리고 다음 주 G7 계기 정상외교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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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민국정부 R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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