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6년 7월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읍 방사광가속기 부지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한국새빛가속기(KLS, Korea Light Source)’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습니다. 총사업비 1조 1643억 원, 사업기간은 2029년 12월까지이며, KBSI가 구축사업을 주관하고 포항공과대학교 포항가속기연구소가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면축사를 통해 이 시설이 반도체·이차전지·첨단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의 기반이자 지방 주도 성장의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착공 소식 전달이 아니라, 1조 원이 넘는 단일 R&D 인프라 투자가 지금 시점에 정당한지, 해외 경쟁 시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물리학·산업정책·재정평가·지역경제 네 전문가가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참여자. 사회(과학기술 데스크) · 최 박사(방사광가속기·물리학) · 강 위원(산업정책·반도체) · 윤 소장(R&D 재정·정책평가) · 조 교수(지역경제·과학인프라)
1. 착공 사실관계 — 무엇을, 얼마에, 왜 짓는가
사회. 과기정통부 발표 그대로 정리하겠습니다. 한국새빛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나오는 밝은 빛(방사광)을 활용해 물질의 구조와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 분석하는 장치입니다. 이번에 착공한 것은 4세대 원형(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태양보다 1조 배 밝은 빛을 만들어내며 기존 3세대보다 100배 이상 높은 효율로 150~3000전자볼트(eV)의 넓은 대역을 제공합니다. 원형 방식은 여러 개의 ‘빔라인'(실험공간)을 동시에 설치해 다양한 실험을 병렬로 수행할 수 있어 ‘다목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총사업비 1조 1643억 원이 가속장치·빔라인·연구지원시설 조성에 투입되고, 완공 목표는 2029년 12월입니다.
최 박사. 한국의 방사광가속기 역사를 짚어두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은 1994년 포항에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처음 건설했고, 2017년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가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PAL-XFEL)를 준공해 운영해 왔습니다. 다만 선형 방식은 초고속 현상을 들여다보는 기초연구 위주로 활용도가 제한적이었고, 3세대 원형 방식은 산업 활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오창 한국새빛가속기는 4세대이면서 원형 방식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기초연구뿐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신약·백신 개발 등 산업계 수요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첫 국산 시설이라는 뜻입니다.
2. 왜 지금, 1조 1643억 원인가 — 재정 타당성 관점
윤 소장. 재정 평가자 입장에서 이 사업을 볼 때 핵심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단일 시설에 1조 원 넘게 투입하는 것이 다른 R&D 예산 항목과 비교해 우선순위가 맞는가. 둘째, 완공까지 3년 넘게 걸리는 대형 국책 인프라 사업 특성상 공기 지연·비용 초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착공 시점의 총사업비 1조 1643억 원은 과기정통부·KBSI가 공식 발표한 수치인 만큼, 향후 관건은 이 예산과 2029년 12월이라는 완공 시점을 실제로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강 위원. 산업정책 관점에서 보면 타이밍은 오히려 늦은 편입니다.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 이차전지 소재 개발 경쟁이 이미 격화된 상태에서 산업용 방사광가속기가 2029년에야 가동된다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그 사이 계속 해외 시설을 빌려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소재 기업들은 지금도 일본 SPring-8이나 미국 시설의 빔타임을 신청해 순번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지금이라도 착공하지 않으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에서, 재정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투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3. 해외 사례 비교 — 일본 SPring-8과 미국 APS-U
최 박사. 해외 비교 대상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곳이 일본 SPring-8입니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6년에 걸쳐 건설됐고, 당시 총사업비는 약 1100억 엔이었습니다. 리켄(RIKEN)과 JASRI(방사광이용진흥재단)가 공동 운영하는 세계적 대형 방사광 시설로, 30년 가까이 아시아 산업계·학계의 방사광 연구를 사실상 견인해 왔습니다. 다만 SPring-8은 3세대 시설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4세대로 설계된 한국새빛가속기와는 세대가 다릅니다. 그만큼 방사광가속기 세대교체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 위원. 미국 사례도 따져봐야 합니다. 아르곤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는 기존 3세대 시설이던 APS(Advanced Photon Source)를 총 8억 1500만 달러(815 million dollars) 규모의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로 개조해 2026년 초 최종 완공했습니다. 이 업그레이드는 APS를 세계에서 가장 밝은 방사광 X선 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즉 미국은 신규 건설 대신 기존 3세대 시설을 4세대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택했고, 한국은 처음부터 4세대 원형으로 신규 건설하는 전략을 택한 셈입니다. 두 접근 모두 ‘4세대급 밝기 확보’라는 목표는 같지만, 경로가 다릅니다.
최 박사. 신규 건설과 업그레이드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전략인지는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신규 건설은 초기 비용이 크지만 부지·설계 자유도가 높고, 업그레이드는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해 비용을 아끼지만 기존 부지·구조의 제약을 받습니다. 한국은 오창이라는 신규 부지를 확보하면서 기존 포항 PAL-XFEL과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포항은 초고속 기초연구, 오창은 산업 응용 중심 원형 방사광이라는 이원화 전략입니다.
4. 산업 영향 — 반도체·배터리·바이오가 얻는 것
강 위원. 산업 영향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 반도체. 미세공정이 3나노, 2나노로 내려갈수록 소재·박막 구조를 원자 단위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커지는데, 국내 HBM·AI 칩 밸류체인 기업들이 그 분석 인프라를 국내에서 확보하게 됩니다. 둘째, 이차전지. 전극·전해질 소재의 결정구조 분석은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좌우하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정밀분석을 위해 해외 시설 빔타임을 예약해야 했습니다. 국내 2차전지 소재·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주기를 단축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국내에 생기는 셈입니다.
강 위원. 셋째, 신약·백신 개발입니다. 단백질 구조 분석은 신약 설계의 핵심 단계로, 보건복지부가 같은 주 별도로 발표한 임상3상 특화펀드(1700억 원)는 지금 당장의 임상 자금 지원이고 한국새빛가속기는 2029년 이후 가동되는 분석 인프라라는 점에서 시점은 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금 지원’과 ‘분석 인프라’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양대 축으로 함께 쌓이는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윤 소장. 다만 산업 영향이 실제로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합니다. 2029년 완공 이후에도 빔라인별 상용화, 기업 대상 이용 체계 정비에 추가 시간이 필요합니다. 포항 PAL-XFEL도 2017년 준공 이후 산업계 이용률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 전례가 있습니다. 오창 한국새빛가속기 역시 완공과 산업 성과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5. 소비자 영향과 지역경제 — 청주 오창이 얻는 것
조 교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투자의 효과가 매우 간접적이고 장기적으로 나타납니다. 반도체·배터리 국산 경쟁력이 올라가면 관련 완제품(스마트폰, 전기차, 가전) 가격과 성능에 서서히 반영되고, 신약 개발이 빨라지면 국내 환자의 신약 접근 시점이 당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효과는 수치로 바로 계량하기 어렵고, 5~10년 단위로 봐야 하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사회. 소비자 체감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씀인데, 그럼 더 가까운 시일 안에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없을까요?
조 교수. 오히려 더 뚜렷하게 체감되는 것은 지역경제 효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면축사에서 직접 언급했듯 이 시설은 충북 청주의 혁신과 지방 주도 성장의 거점으로 설계됐습니다. 건설 기간 중 직접 고용은 물론, 완공 이후에는 연구인력과 관련 기업 유치가 이어지면서 지역 정주 인구와 배후 상권에 파급효과가 발생합니다. 포항의 경우 방사광가속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기관·기업이 집적된 전례가 있어, 오창도 유사한 산학연 클러스터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6. 관전 포인트 —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사회. 마지막으로 향후 3년간 지켜봐야 할 지표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공기·예산 준수 여부를 매년 진행률로 공개하는지. 둘째, 기업 이용 수요 확보. 완공 전부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들의 사전 이용 협약이 얼마나 쌓이는지가 실질 산업 효과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입니다. 셋째, 포항 PAL-XFEL과의 역할 분담 효율성. 두 시설이 중복 투자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로 자리 잡는지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최 박사. 결론. 1조 1643억 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3대 산업이 동시에 소재·구조 분석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나온 투자라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합리적입니다. 일본이 이미 30년 전 SPring-8을, 미국이 8억 1500만 달러를 들여 APS를 업그레이드한 것처럼, 첨단 제조업 강국들은 예외 없이 대형 방사광 인프라를 국가 자산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2029년 완공 이후 얼마나 빨리 산업 현장의 실질 성과로 전환되느냐이며, 그 성과가 반도체·배터리·신약이라는 한국 경제의 핵심 축에 실제로 도달하는지를 앞으로 계속 추적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계 최고 4세대 방사광가속기 한국새빛가속기 착공’ (2026-07-27) korea.kr 정책뉴스
- 한겨레 — ‘태양의 1조배 밝기로 물질 분석…한국새빛가속기 첫 삽’ (2026-07-27) hani.co.kr
- 참고: JASRI, SPring-8/SACLA Research Frontiers — Budget and Manpower (건설비 약 1100억엔, 1991~1997) publications.jasri.jp
- 참고: Argonne National Laboratory — APS Upgrade 완료 보도자료 (총사업비 8억 1500만 달러) anl.gov
- 참고: 보건복지부 임상3상 특화펀드(1700억 원) 운용사 선정 발표 (2026-07-27, 같은 주 별도 정책)
![[2026-07-27] 한국새빛가속기 착공 좌담 — 1조 1643억, 반도체·배터리·신약 R&D 인프라 경쟁에서 한국의 승부수인가](https://metaqsol.com/wp-content/uploads/2026/07/hero_orig-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