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 호 돌파 좌담 — 4만 명 넘는 피해자, 영국·독일과 다른 한국식 사후구제가 통할까

국토교통부가 8월 7일 밝힌 수치 하나가 눈에 띕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7월 말 기준 10,256호를 넘었고, 위원회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종 인정한 건수는 누계 4만278건에 이릅니다. 주거·금융·법률 지원까지 합치면 누적 7만2483건입니다.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위원회가 세 차례 회의를 열어 1476건을 심의했고, 신규 563건과 이의신청 재심 46건을 합쳐 609건을 새로 피해자로 가결했습니다.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 추이
2026년 6월 말 9,707호 → 7월 말 10,256호, 국토교통부·연합뉴스 자료 기준

숫자만 보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한 달 전인 6월 말 수치와 비교하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연합뉴스가 7월 7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누적 매입은 9,707호, 피해자 누적 인정은 3만9669명이었습니다. 즉 7월 한 달 사이 매입은 549호, 피해자 인정은 609건 늘었는데, 국토부가 같은 날 밝힌 “월평균 매입 752호”는 사업 시작 이후 전체 기간의 누적 평균치라 특정 한 달의 순증분과 곧바로 맞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두 수치 사이에 200호 가까운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 이 격차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와 이런 사후 구제 모델이 해외의 임대차 사고 방지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를 두 전문가와 짚어봤습니다.

좌담: 1만 호를 넘긴 매입, 속도는 정말 붙었나

사회자 7월 말 매입이 10,256호로 발표됐는데, 정작 6월 말 9,707호와 비교하면 한 달 증가분이 549호에 그칩니다. 국토부가 내세운 월평균 752호와는 200호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이게 단순한 산정 방식의 문제인지 아니면 실제로 매입 속도가 최근 들어 둔화된 건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피해자와 업계 모두가 이 숫자를 매입 속도의 체감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정확한 숫자부터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부동산정책 전문가 그 200호 차이는 매입 절차 자체의 특성 때문에 생깁니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도 실제 낙찰과 소유권 이전까지는 법원 경매 일정을 거쳐야 하고, 지역이나 물건에 따라 유찰이 반복되면 그달 실적으로 안 잡히고 다음 달로 밀립니다. 월평균이라는 표현 자체가 누적치를 개월 수로 나눈 산술 평균이라, 특정 한 달의 증가폭과는 자연히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이를 정부가 먼저 설명하지 않고 숫자만 발표한 점은 아쉽습니다.

소비자보호 전문가 저는 매입 속도보다 피해자 인정 4만278건이라는 규모 자체에 더 주목합니다. 이 숫자는 위원회가 신청을 받아 심사를 마친 확정치일 뿐, 아직 신청조차 못 했거나 요건 미비로 반려된 사례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원 실적이 누적 7만2483건으로 피해자 수보다 많은 이유도 한 사람이 주거 지원과 금융 지원, 법률 지원을 중복해서 받기 때문인데, 반대로 말하면 지원 한 건당 실제 체감 효과는 생각보다 얕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회자 지원 한 건당 체감 효과가 얕을 수 있다는 지적과는 별개로, 애초에 매입이라는 방식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금으로 공공기관이 경매에 나서서 집을 사들이는 구조인데, 이걸 그대로 정책 수단으로 계속 확대해도 괜찮은 건지 논쟁이 있다는 거죠. 매입 물량이 매달 늘어날수록 필요한 예산 규모도 같이 커질 텐데, LH의 재원이 무한하지 않은 이상 이 논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정책 전문가 맞습니다. 일각에서는 임대인의 사기 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결과적으로 공공 재정이 떠안는 구조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합니다. LH가 경·공매로 낙찰받는 가격이 시세보다 낮다고는 해도, 낙찰이 반복적으로 유찰되는 지역에서는 매입 단가가 올라가는 부작용도 보고됩니다. 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우선매수권을 통해 최대 10년까지 그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구제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비자보호 전문가 두 입장 다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 논쟁 자체가 한국 전세 제도의 구조적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봅니다. 사고가 난 뒤에야 공공이 개입해 집을 사들이는 방식은, 애초에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되지 않는 계약 구조에서 나온 임시방편에 가깝습니다. 예방이 아니라 사후 처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거고, 이 부분은 나중에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겁니다. 매입 예산을 늘리는 논쟁보다, 애초에 사고를 줄이는 쪽에 정책 비중을 더 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매입 실적 추이로 보는 체감 속도

아래 표는 국토교통부와 연합뉴스가 각각 밝힌 두 시점의 매입 실적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매입 신청을 넣었다고 해서 다음 달 안에 순번이 돌아온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시사점입니다. 업계에서는 경매 물건이 몰리는 특정 지역일수록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정부가 목표치와 실제 진도의 차이를 분기별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산업 영향 — 경매·중개 시장의 미세한 변화

앞서 언급한 월평균 752호 수준의 매입 물량은 LH를 수도권 다세대·빌라 경매 시장의 상시 매수 주체로 만들고 있고, 이는 낙찰가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일정한 물량을 꾸준히 사들이는 지역에서는 최저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매 참여 매력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효과도 나타납니다. 중개업계에서는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 시 등기부등본과 확정일자 확인을 필수 절차로 안내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관련 실무는 전세대출 금리 비교 같은 실수요자 콘텐츠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영향 — 계약 전 확인이 사후 구제보다 낫다

세입자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피해가 발생한 뒤 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단계에서 위험을 걸러내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와 HUG는 전국 8개 전세피해 및 예방지원센터에서 계약 전 권리관계 분석과 계약서 문구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안전계약 컨설팅’을 운영 중이며, 이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대출을 낀 전세 계약이라면 LTV·DSR 한도를 먼저 확인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도 방법이고, 이미 계약을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갈아타기 손익 계산법을 참고할 만합니다.

해외는 어떻게 다른가 — 사고 이후가 아니라 계약 시점부터 보호

영국은 잉글랜드·웨일스 기준으로 집주인이나 중개인이 임대 보증금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정부가 승인한 보증금 보호 제도(Tenancy Deposit Protection scheme) 중 하나에 반드시 예치하도록 법으로 강제합니다. 스코틀랜드는 30영업일, 북아일랜드는 28일이 기한입니다. 보증금이 집주인 개인 계좌가 아니라 제3의 승인 기관에 묶여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파산해도 세입자의 보증금 자체는 별도로 보전됩니다.

독일은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독일 민법(BGB) 제551조에 따라 보증금(Kaution)은 월세의 최대 3개월 치를 넘을 수 없고, 앞서 소개한 오피니언뉴스 통신원 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의 거주 기간도 10년까지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증금 상한이 법으로 낮게 묶여 있는 만큼, 한 번의 사고로 세입자가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 규모부터가 한국의 전세보증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급입니다. 한국은 보증금이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세 제도 특성상, 임대인 한 명의 사기나 부도가 세입자 한 가구의 목돈을 통째로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계약 단계의 예방 장치보다 사고가 난 뒤 공공이 집을 사들이는 후행적 구제에 정책 비중을 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해외에는 없는 한국 고유의 임대차 방식이고, 보증금의 성격과 규모도 영국·독일의 월세 보증금과는 다르기 때문에 두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약 시점에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의 기관이 관리하도록 하는 발상만큼은 참고할 여지가 있다는 게 두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좌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사회자 이번 통계에서 확인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매입은 분명 늘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속도만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영국·독일처럼 계약 시점부터 보증금을 지켜주는 장치가 없는 한 사후 구제 중심의 지금 구조로는 신규 피해 자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는 매달 발표되지만 그 사이 새로운 계약을 앞둔 세입자는 계속 나오고 있으니,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두 분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정책 전문가 지금 이미 피해를 본 세입자라면 매입 순번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거주지 관할 시·도에 피해자 결정 신청부터 서둘러 넣는 게 우선입니다. 위원회 심의가 한 달에 세 차례 열리는 만큼, 서류가 미비해 이의신청으로 넘어가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그 사이 경·공매 일정이 먼저 진행돼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신청 시점을 늦출수록 매입 순번에서도 그만큼 밀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비자보호 전문가 아직 계약을 앞둔 세입자라면 안전계약 컨설팅을 먼저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설정 여부와 확정일자, 전입신고 순서만 제대로 확인해도 상당수 사고는 계약 전에 걸러집니다. 이번 발표에서 정작 먼저 움직여야 할 쪽은 이미 피해를 본 사람이 아니라, 아직 계약을 앞두고 있어서 사고 자체를 피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매입 통계는 사고가 난 다음의 결과일 뿐, 계약 전 확인만큼 확실한 예방책은 아직 없습니다.

원문: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호 넘어…피해자 지원도 7만 건” (정책브리핑, 2026-08-07)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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