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오전 10시 10분~10시 22분, 짧은 12분 간격으로 정부 공식 보도자료 세 건이 동시에 떴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공인어학시험 성적 1회 등록제”와 “지방정부 불필요 서류요구 줄이기(행정정보 공동이용 181종)”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이슈』 2026년 봄호 발간을 통해 AI·데이터 기반 ‘고용24’ 전환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세 발표 모두 “국민의 종이·시간·돈을 줄이는 디지털 정부”라는 한 줄로 묶입니다. 본 좌담에서는 행정학·노동시장·디지털정부 분야 전문가의 시선으로 각 정책의 알맹이와 그 함의를 다각도로 짚어봅니다. (자료: korea.kr 공식 RSS 보도자료, 2026-06-02)
1. 발표 배경: 국민주권정부 1주년 직후, ‘체감 행정’으로 무게중심 이동
진행자: 5월 3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부처별 결산이 끝나자마자, 6월 2일 화요일 오전 권익위와 고용부가 동시에 ‘부담 빼기’ 카드를 꺼냈습니다. 다소 이례적 동시 발표인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행정학 박사 A: 정부 1주년 결산이 ‘큰 그림’이었다면, 이번 주 발표는 ‘피부에 닿는 변화’입니다. 1주년 발표 키워드가 ‘예산·인사·국방·외교’ 등 굵직한 수치였다면, 어제(6월 1일) 발표된 ‘공무원 보수 3.5% 9년 최대 인상’ ‘AI 고가치 공공데이터 100종 개방’ ‘천광 레이저무기 국산화’와 달리 오늘 발표는 평범한 시민이 매일 부딪히는 ‘서류·시험·구직’의 마찰을 줄이는 정책입니다. 정책 빈도와 결의 차이가 핵심입니다.
노동시장 전문가 B: 동시 발표라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권익위의 어학성적 1회 등록은 ‘공공채용·자격시험 응시생’이 직접 수혜자이고, 지방정부 181종 서류 감축은 ‘민원인 일반’의 부담을 줄입니다. 그리고 고용24 AI 전환은 ‘청년·이직자·재취업자’에게 직접 영향을 줍니다. 동일 타깃이 겹치는 ‘이중 수혜’ 구조가 형성됩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한 가지 더, 이번 묶음은 모두 ‘이미 운영 중인 인프라(정부24·e하나로민원·고용24)를 더 똑똑하게 쓰자’는 방향입니다. 새로 짓는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 효율 끌어올리기’입니다. 예산은 적게 들이고, 체감은 크게 가는 전형적인 디지털 정부 2단계 전략입니다.
2. 어학성적 1회 등록제 — 토익·토플·텝스를 5년간 통합 활용
진행자: 권익위가 인사혁신처·한국산업인력공단·금융감독원에 권고한 ‘공인어학시험성적 활용 확대 방안’부터 자세히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행정학 박사 A: 현행 제도에서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은 시행사의 자체 유효기간(통상 2년) 내 각 기관에 ‘등록’만 해두면 최대 5년간 인정됩니다. 문제는 기관마다 등록 시스템이 따로따로라는 점입니다. 한 응시생이 ‘공무원 채용시험(인사혁신처)’, ‘공인노무사 같은 국가전문자격시험(한국산업인력공단)’, ‘금감원 채용시험’에 동시 도전하려면 같은 성적을 세 번 등록해야 했습니다. 기관 입장에서도 진위 확인을 각각 해야 해 행정 비효율이 누적됐죠.
노동시장 전문가 B: 또 하나 큰 함정은 시행사 유효기간 2년이 지나면 ‘다시 시험을 봐야’ 했다는 점입니다. 토익 응시료가 약 5만 원대, 토플은 25만 원대, 텝스는 4만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5년 활용 가능 자격을 살리지 못해 재응시하는 비용이 1인당 연간 수십만 원 단위로 새고 있었습니다.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청년층 경제 부담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권익위 권고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관별로 흩어진 어학성적 등록 시스템을 ‘상호 연계’해 한 번 등록한 성적을 다른 기관도 확인·인정할 수 있게 합니다. 둘째, ‘Q-Net’ 등 국가전문자격시험 시행기관에 등록된 어학성적도 ‘정부24’의 ‘어학성적 사전등록 확인서’와 ‘e하나로민원(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에서 조회되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이전에는 Q-Net 등록 성적은 정부24·e하나로민원에서 잡히지 않아 공공기관 채용에 다시 등록해야 했습니다.
진행자: 한삼석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수험생의 어학시험 재응시 부담을 줄이고, 공공기관의 행정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죠. 실제 효과는 얼마나 클까요?
노동시장 전문가 B: 공공기관 채용 응시생 수와 국가전문자격시험 응시생 수를 합치면 한 해 100만 명대 규모입니다. 그중 어학성적 필요 시험을 응시·재응시하는 인원만 추려도 수십만 명 단위로 직접적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거기에 인사혁신처·산업인력공단·금감원의 행정 인력 시간까지 합치면, 정량화하기 어려운 ‘구조적 효율 향상’이 더해집니다.
3. 지방정부 181종 서류 감축 — ‘안 내도 되는 서류’를 끝까지 없앤다
진행자: 두 번째 발표는 권익위의 ‘지방정부 불필요 서류요구 감축’입니다. 행정정보 공동이용 제도가 2008년 도입됐는데, 18년 만에 왜 다시 손을 봐야 했나요?
행정학 박사 A: 「전자정부법」 제36조에 근거한 ‘행정정보 공동이용 제도’는 행정기관이 이미 보유한 정보를 민원인에게 다시 받지 않고, 담당 공무원이 시스템으로 직접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공동이용 대상으로 지정된 서류가 무려 181종에 달합니다. 주민등록등본, 지방세 납세증명서 등이 대표적이죠. 즉, 법·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었습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그런데 권익위가 지난 3월 전국 243개 지방정부의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장에서 ‘제출 불필요 서류’가 민원 신청서에 명확히 표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였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관행적으로 서류를 요구하거나, 자치민원처리기준표에 실제 운영 중인 민원사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미 안 내도 되는 서류인데도’ 시민이 자청해 발급받아 들고 가는 일이 계속됐다는 거죠.
진행자: 권익위가 권고한 개선방안은 세 갈래네요. ①공동이용 행정정보가 포함된 민원사무 전수조사 후 자치법규 제·개정으로 신청서 서식에 명확히 반영, ②자치민원처리기준표 현행화, ③자치법규 제·개정 과정에서 사전 점검 절차 마련 및 민원 담당자 교육 강화. 이 묶음은 어떤 효과를 낼까요?
행정학 박사 A: 한국 시민 한 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발급받는 민원서류는 평균 5건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그중 ‘이론적으로는 안 내도 되는 서류’ 비중이 적지 않게 섞여 있죠. 1통당 수수료(전자 무료 ~ 종이 1,000원)와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가구당 연간 절감 효과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노동시장 전문가 B: 특히 청년 구직자·소상공인·외국인 등 ‘서류 부담이 큰 계층’이 실질 수혜자입니다. 자영업 신고·갱신 시 요구되는 지방세 납세증명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신청 시 요구되는 주민등록등본 등이 대표적입니다. 행정안전부와 권익위가 함께 자치법규까지 손대는 것은 ‘현장 관행’을 바꾸겠다는 강한 신호입니다.
4. 고용24의 AI·데이터 전환 — 약 2억 건 로그 분석부터 시작
진행자: 세 번째는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창수)의 『고용이슈』 2026년 봄호입니다. ‘디지털 고용서비스의 미래’가 주제죠.
노동시장 전문가 B: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고용24 사용자 로그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 이용 병목 진단과 UX 개선 방안」 연구입니다. 약 1억 9,854만 건의 접속로그와 198만 건의 세션로그를 실증 분석해 이용자가 어디서 서비스를 중단하는지 짚었습니다. 한국 공공 고용서비스가 ‘느낌’ 대신 ‘데이터’로 UX를 본격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수령입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또 다른 핵심 연구인 「머신러닝 기반 직업 적합도 평가와 고용서비스 추천 고도화 방안」은 한국직업정보(KNOW) 데이터를 활용해 537개 직업의 요구 역량·흥미·가치관을 분석하고, 머신러닝 기반 적합도 판별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직업’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시대가 공공 영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린 셈입니다.
행정학 박사 A: 「생성형 AI 활용 디지털고용서비스 상담지원 사용자 실증 연구」에서는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AI 활용 수요를 조사한 결과, 초기 진단 자동화, 경력 로드맵 설계, 핵심역량 피드백, 자기소개서 생성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왔습니다. 단순 정보검색을 넘어 AI가 상담사의 ‘협업 도구’로 진화 중이라는 게 핵심 진단입니다.
노동시장 전문가 B: 청년층 관점에서는 「엔트로피 가중치를 활용한 청년층 자격증의 노동시장 가치 정량화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국내 500대 기업 취업 청년과 국가기술자격증 데이터를 연계해, 어떤 자격증이 실제로 ‘노동시장 가치’가 있는지 정량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 취업 결과의 인과를 잇는 데이터 기반 분석은 정책 설계의 큰 진전입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김영호 AI고용서비스전략실장은 “공공 고용서비스는 데이터, AI, 그리고 이용자 경험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 속에서 국민 개개인의 경력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체감 디지털 행정’의 또 다른 축입니다.
5. 세 발표가 묶이는 의미 — ‘국민주권정부 2년차’ 디지털 행정 전략의 첫 화면
진행자: 같은 날 동시에 발표된 세 정책을 하나로 묶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행정학 박사 A: 세 정책은 모두 ‘정부 시스템 안에 이미 들어있는 정보를 더 똑똑하게 쓰자’는 공통 코드를 가집니다. 어학성적은 시행사·기관·정부24·e하나로민원을 잇고, 181종 서류는 행정안전부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을 자치단체 현장까지 끌어내리고, 고용24는 1억 9,854만 건의 로그를 데이터·AI로 풀어냅니다. ‘있는 데이터, 안 쓰던 데이터’를 동력으로 삼는 방식입니다.
노동시장 전문가 B: 국민주권정부 2년차 키워드를 ‘체감’으로 잡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1년차가 거시 개혁(외교 복원, 한미 관세, 민법 개정, 공무원 보수 3.5% 등)이었다면, 2년차는 ‘피부에 닿는 디지털 행정’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정부 연구원 C: 마지막으로 짚을 점은, 세 정책 모두 ‘예산 폭증’ 없이 ‘제도·연계·UX’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어제 발표된 ‘AI 고가치 공공데이터 100종 개방(2028년까지)’과 결합하면, 한국 공공 디지털 인프라가 ‘열고-잇고-쓰는’ 전 단계를 동시 진화시키는 모습입니다. 향후 정부24·e하나로민원·고용24의 통합 사용자 경험(UX)이 어디까지 진화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6. 결론 — 작아 보여도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는 변화
오늘 발표된 어학성적 1회 등록제, 지방정부 181종 서류 감축, 고용24의 AI 전환은 굵직한 안보·외교·산업 정책에 비하면 헤드라인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십만 명의 청년 구직자, 수백만 가구의 민원인, 수백만 명의 구직·이직자가 ‘덜 내고, 덜 기다리고, 덜 헤매는’ 실생활 변화를 만듭니다. 종이 한 장, 클릭 한 번을 줄이는 디지털 행정이 곧 국민주권정부 2년차의 첫 화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자료 (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공인어학시험성적 활용 확대 방안」, 2026-06-02 — korea.kr 보도자료
-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정보 공동이용 활성화 방안」, 2026-06-02 — korea.kr 보도자료
- 고용노동부 /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이슈』 2026 봄호, 2026-06-02 — korea.kr 보도자료
- 관련 인프라: 정부24 · 한국고용정보원 · 고용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