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0] 한-몽골 CEPA 원칙적 타결 좌담 — 구리·몰리브덴·희토류 90% 관세철폐와 ‘몽탄 모델’, 한국 자원안보의 실질적 전환점인가

편집자 주. 2026년 7월 9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타르 정부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한-몽골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의 원칙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2023년 12월 협상 개시 이후 1년 7개월간 상품시장 개방 수준을 두고 중단됐던 협상이 이 대통령의 15년 만의 몽골 국빈방문을 계기로 극적으로 타결된 것입니다. 이날 함께 열린 ‘한-몽골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21건의 민간 MOU가 체결됐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몽골국립지질조사소는 니켈·구리 등 핵심광물 탐사 공동연구 MOU를, 남양유업과 몽골 막시무스유통은 3년간 100억 원 규모의 K-푸드 수출 MOU를 각각 체결했습니다. 이번 원문 자료를 놓고 자원안보·통상·소비재 유통·산업정책 네 전문가가 좌담을 나눴습니다. 단순 요약이 아니라,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서 몽골이 실제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소비자와 산업 각각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 정면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몽골 현지 진출 K-유통 채널 (2026 산업통상부 자료)
몽골에 진출한 한국 편의점·유통기업 점포 수 (2026-07-09 산업통상부 자료 기준)

참여자. 사회(경제부 데스크) · 정 박사(자원안보·에너지경제) · 이 위원(통상·산업정책) · 박 소장(소비재·유통) · 한 교수(공급망·제조업)

1. CEPA 원칙적 타결 — 사실관계 정리와 이번 협정의 무게

사회. 우선 산업통상부 발표 자료를 그대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2026년 7월 9일 몽골 울란바타르 정부청사에서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몽골 CEPA 원칙적 타결이 선언됐습니다. 두 나라는 상품 시장개방과 원산지 기준 등 협정의 주요 내용에 합의했고, 일부 기술적 이슈만 실무 협의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협상 개시는 2023년 12월이고, 그동안 네 차례 공식협상과 다수 회기간 협의가 이어졌으나 시장개방 수준 이견으로 약 1년 7개월 사실상 중단됐다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협상단이 연속 몽골을 방문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상품시장 개방률은 양국 모두 품목수와 수입액 기준 각각 90% 이상이고, 이는 몽골이 체결한 두 번째 양자 FTA입니다. 첫 번째는 2016년 발효한 일본-몽골 EPA였습니다.

정 박사. 핵심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 가속화. 몽골은 구리·몰리브덴·희토류 등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고, 이번 CEPA로 우리나라가 이들 광물에 부과하던 2~5% 수입관세를 발효 즉시 철폐합니다. 둘째, 유통협력 강화와 K-소비재 진출 확대. 몽골 현지에는 이미 CU 603개소, GS25 299개소, 이마트 6개소가 진출해 있고, 관세 철폐로 화장품·라면·조미김 등 주력 수출품의 진출 여건이 크게 개선됩니다. 셋째, 산업·투자협력 다변화. 인프라 건설, 금융, 의료 분야 협력을 협정 본문에 명문화했고, 화물차·건설중장비 등 인프라 관련 품목 관세도 철폐됩니다.

사회. 교역 규모의 흐름도 함께 두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한-몽골 비즈니스 포럼 축사에서 직접 인용한 수치로, 1990년 수교 당시 270만 달러 규모였던 양국 교역이 2024년 약 7억 달러260배 늘었습니다. 인적 교류도 연간 36만 명을 넘어섰고, 서울-울란바타르 주 48회 직항이 이미 운영되고 있어 물적·인적 이동 인프라는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2. 자원안보 관점 — 몽골 광물이 한국에 갖는 실질적 의미

정 박사. 한국의 자원 의존 구조를 놓고 보면 이번 CEPA는 단순한 FTA가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의 실질 카드입니다. 한국은 이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서 중국산 광물 및 소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고, 2020년대 들어 대체 공급망 확보가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이번 협정으로 구리(전기차·이차전지 집전체·전력망), 몰리브덴(고강도 특수강·반도체 배선), 희토류(영구자석·전기모터·풍력발전)에 부과되던 관세가 발효 즉시 사라지면서, 한국 제조업 전 밸류체인이 몽골산 원료를 저비용으로 확보할 제도적 근거를 얻었습니다.

한 교수. 참고 지표를 하나 붙이겠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매년 발표하는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자료에 따르면 몽골은 세계 최대급 구리 매장국 중 하나로, 오유 톨고이(Oyu Tolgoi) 광산 하나만으로도 세계 구리 생산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몰리브덴도 세계 상위권 생산국이고, 희토류는 미개발 매장량 기준으로 상위권입니다. 일본이 2016년 EPA를 발효시킬 때 JOGMEC(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을 통해 몽골 광산 개발에 조기 진입한 사례가 있는데, 이번 CEPA는 한국이 그 진입 채널을 10년 만에 뒤늦게 확보한 셈입니다. 다만 뒤늦었다는 것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차전지·전기차 밸류체인이 폭발적으로 커진 지금이 오히려 몽골 자원의 상업적 가치가 더 커진 시점입니다.

정 박사.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몽골 현지에 개소한 희소금속협력센터가 이번 CEPA 경제협력 챕터에 근거 조항으로 명문화됐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정부 예산 사업으로 운영돼 온 협력 인프라가 이제 양국 조약에 근거를 갖게 된 것이고,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입니다. 유럽연합이 2023년 11월 몽골과 체결한 핵심원자재 파트너십(Critical Raw Materials Strategic Partnership)과 유사한 구조를 한국이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통상 관점 — ‘90% 시장개방’과 일본-몽골 EPA 비교

이 위원. FTA 자체의 ‘수준’만 놓고 봤을 때 이번 CEPA는 몽골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유화입니다. 품목수와 수입액 기준 각각 90% 이상이라는 개방률은 몽골이 그동안 체결해 온 다자·양자 협정 중 최고 수준입니다. 참고로 2016년 발효한 일본-몽골 EPA는 발효 당시 몽골이 일본에 개방한 품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자동차·기계류 등 일본 주력 수출품 중심으로 관세 철폐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한-몽 CEPA는 일본 사례보다 광범위한 품목군, 특히 K-소비재와 산업 원료·설비를 동시에 커버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이 위원. 원산지 기준 설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화장품·라면·조미김 등 K-뷰티·K-푸드 주력 수출품에 대해서는 유연한 원산지 기준에 합의해, 제조 과정에서 일부 역외산 재료를 사용해도 한국산 원산지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화장품 원료의 상당수가 프랑스·독일·일본산이고, 라면 스프의 향신료 원료가 동남아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 하나로 실무 수출업체의 관세 활용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국내 민감성을 고려해 엄격한 원산지 기준으로 보호한다고 명시돼 있어, 대내 정치적 부담도 관리한 절충안입니다.

한 교수. 여기에 하나 붙이자면 이번 CEPA가 몽골이 체결하는 사상 두 번째 양자 FTA라는 사실 자체가 지정학적 자산입니다. 몽골은 중국·러시아 사이에 낀 내륙국으로 지리적으로 대외 개방 카드가 제한적입니다. 그런 몽골이 한국을 두 번째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향후 한국이 몽골의 산업·자원 개발 파트너로 선점적 지위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EU·인도가 몽골 자원 접근을 놓고 경쟁을 벌일 때 한국이 협상력을 유지할 근거가 됩니다.

4. 소비재 유통 관점 — CU 603개, GS25 299개가 만드는 시장

박 소장. 소비재 유통 관점에서 볼 때 이번 CEPA의 진짜 의미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유통망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산업통상부가 인용한 수치대로 몽골에는 CU 603개소, GS25 299개소, 이마트 6개소가 진출해 있습니다. 인구 약 340만 명, 그중 절반이 수도 울란바타르에 거주하는 나라에 편의점 900개가 이미 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몽골 도시 소비자 대다수가 매일 K-편의점을 통과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이번 협정으로 화장품·라면·조미김·즉석식품 등 주력 수출품의 관세가 사라지면, K-소비재 진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진출한 시장의 마진과 물량을 동시에 늘리는 국면이 됩니다.

박 소장. 이번 비즈니스 포럼에서 남양유업이 몽골 막시무스 유통과 3년간 100억 원 규모의 K-푸드 수출 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00억 원은 유제품 하나의 프로젝트 규모로는 결코 작지 않고, 무엇보다 MOU 체결과 CEPA 원칙적 타결이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제도 정비와 개별 기업의 사업 결정이 동시에 움직이면 실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이 좌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몽골이 K-소비재의 ‘시험시장(pilot market)’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구 규모는 작지만 언어·문화적으로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고, 유통 채널이 통제 가능한 규모라 신제품 테스트 마켓으로 최적입니다.

5. 산업 영향 vs 소비자 영향 — 분리해서 봐야 하는 이유

한 교수. 산업 영향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이차전지·전기차 밸류체인에서 몽골산 구리·희토류 조달이 저비용화되면 국내 셀 메이커의 원가 압력이 줄어듭니다. 둘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서 몰리브덴 조달 채널이 하나 더 열리면서 중국 의존도가 소폭 완화됩니다. 셋째, 인프라·건설장비 수출업체(현대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등)는 관세 철폐로 몽골 인프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넷째, 유통·소비재 기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마진 개선과 물량 확대를 동시에 얻습니다.

박 소장. 소비자 영향은 산업 영향보다 시차를 두고 나타납니다. 단기적으로는 몽골산 구리·희토류가 국내 배터리·전기모터에 실제로 투입되기까지 3~5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중간재 가격에 반영되는 폭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원 조달의 대안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이차전지·전기차·풍력발전 관련 제품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이번 협정 때문에 전기차가 얼마나 싸지느냐’를 즉각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공급망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면서 5년 뒤 소비자가격의 상승 폭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정 박사.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2010년 중국-일본 센카쿠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세계 희토류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있고, 2020년대에도 유사한 리스크가 반복됐습니다. 몽골이 대안 공급원으로 실질 가동되면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 충격 대응력이 개선되고, 이는 결국 제조업 고용 안정성소비재 가격 안정성으로 연결됩니다.

6. ‘몽탄 모델’ — 새로운 상생 협력 프레임의 실체

이 위원. 이번 순방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몽탄(Mongtan)’은 한국 기업이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몽골 기업이 직접투자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는 상호 호혜적 협력 모델입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양국 정부가 체결한 ‘협력 MOU’를 기반으로 금융·보건의료·교육·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로 몽탄 모델이 확산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한국의 대외 산업협력이 완제품 수출 중심이었던 것에서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사업 운영 모델로 전환되는 신호이고, 향후 인도네시아·베트남·중앙아시아 등 다른 자원부국과의 협력 템플릿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습니다.

한 교수. 다만 실행 단계에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몽탄 모델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몽골 측 파트너 기업의 자본조달 능력거버넌스 투명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자원부국의 현지 파트너십은 종종 정치적 부담과 결부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진입할 때 다자개발금융기관(EBRD, 아시아개발은행 등) 공동투자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위험 관리에 유리합니다. 이번 협정에 인프라 투자와 법·제도 분야 공동 성장 기반 마련이 명문화된 것은 그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7. 향후 관전 포인트 — 정식 서명·발효까지의 타임라인

사회. 마지막으로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 두겠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일부 기술적 사항에 대한 협의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협정의 조속한 정식서명 및 발효를 위한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원칙적 타결에서 정식 서명까지 3~6개월, 서명에서 양국 국회 비준을 거친 발효까지 6~12개월이 소요됩니다. 이를 감안하면 한-몽 CEPA는 2027년 초~중반 발효가 유력합니다. 그 사이 산업부는 발효 전 업계 설명회와 활용 가이드 제공을 준비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정 박사.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희소금속협력센터를 통한 첫 상업적 공동사업이 언제, 어느 광산을 대상으로 나오는가. 둘째, 이번 남양유업 사례를 잇는 K-소비재 대형 수출 계약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가. 셋째, 몽탄 모델이 금융·의료·AI 등 비자원 분야로 실제 확산되는지 여부입니다. 이 세 지표가 향후 12개월 안에 가시화되면, 이번 CEPA는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서 실질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결론. 한-몽골 CEPA 원칙적 타결은 단순한 FTA 하나가 아닙니다. 몽골의 사상 두 번째 양자 FTA를 한국이 확보했다는 사실은 자원안보·통상·소비재 유통이라는 세 축을 하나의 협정에 묶어 낸 최근 사례 중 가장 효율적인 조합입니다. 시장 개방률 90% 이상, 핵심광물 관세 즉시 철폐, K-소비재 유연 원산지 기준, 몽탄 협력 모델까지 조합하면, 이번 협정은 한국이 중국 의존형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동시에 K-소비재 수출을 확장하는 이중 카드가 됩니다. 정식 서명·발효까지 남은 12~18개월 사이에 후속 사업이 얼마나 구체화되느냐가 이번 협정의 실질적 성패를 결정할 것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산업통상부 ‘한-몽골 CEPA 원칙적 타결…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가속화’ (2026-07-09) korea.kr 정책뉴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이 대통령 ‘한-몽 협력모델 몽탄 확산’ 한-몽골 비즈니스 포럼 축사 (2026-07-09)
  • 산업통상부 보도자료 — 한-몽골 유통물류 협력 MOU 및 21건 민간 MOU (2026-07-09) motie.go.kr
  • 참고: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구리·몰리브덴·희토류 매장량)
  • 참고: EU-Mongolia Critical Raw Materials Strategic Partnership (2023-11)
  • 참고: 일본-몽골 경제동반자협정(EPA) 발효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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